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은 일제강점기라는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이 펼치는 비밀 작전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극적인 전개, 강렬한 캐릭터, 역사적 상상력을 결합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결말 부분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 ‘암살’의 결말을 중심으로 서사 구조, 반전 요소, 전달된 메시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 영화가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서사 구조: 삼각 서사와 인물 중심의 전개
‘암살’의 서사는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독립운동 세력, 밀정, 일본군과 친일파 등 여러 세력 간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풀어냅니다. 이야기는 상하이에서 출발하여 경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다양한 장소적 배경이 인물의 내면 변화와 역사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는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인물 간 감정선이 주요 서사를 이끕니다.
이야기의 핵심 축은 안옥윤, 염석진, 하와이 피스톨 세 인물입니다. 각각은 독립운동가, 밀정, 암살자로서의 입장을 대표하며, 이들이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갈등과 선택이 서사의 긴장감을 높입니다. 특히 안옥윤은 영화 후반부에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을 인식하고,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행동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감정적 복수가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누가 옳은가’를 질문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결말은 이러한 인물 중심 서사를 마무리짓는 동시에, 관객에게도 ‘우리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각각의 인물이 처한 입장은 단순한 선악의 구도가 아니라, 당대의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으며, 결말에서 염석진이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고도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정의가 반드시 제도적 방식으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반전 요소: 인물의 이중성, 복제된 서사
‘암살’은 복합적인 반전 장치를 활용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끌어올립니다. 가장 큰 반전은 안옥윤과 염석진, 그리고 쌍둥이 자매의 존재입니다. 영화 초중반까지만 해도 안옥윤이 단순한 저격수로 등장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의 가족사와 친일파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며 스토리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이로 인해 단순한 첩보물이 아닌, 정체성 탐구라는 서사적 깊이를 더하게 됩니다.
염석진은 인물의 이중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겉으로는 조선 경무국의 요직에 있지만, 실제로는 독립군을 밀고하며 살아남는 밀정입니다. 그러나 그는 단지 비열한 배신자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로 복합적인 감정을 유도합니다. 결국 그의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적 심판이라기보다 개인의 선택과 양심에 대한 무언의 심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하와이 피스톨과 그의 동료 영감 역시 단순한 해결사가 아닌, 각자의 신념을 지닌 인물로 묘사됩니다. 영화 후반부 하와이 피스톨이 안옥윤의 선택을 도우며, 본인도 암살 작전에 동참하는 장면은 독립운동이라는 대의에 대한 자각과 헌신으로 읽힙니다. 이러한 반전은 단순한 서프라이즈 효과가 아니라, 인물 내면의 변화와 시대의 상황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냅니다.
메시지: 정의, 기억, 그리고 선택의 무게
‘암살’의 결말은 단순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염석진의 최후입니다. 그는 일제에 협력하여 부귀를 누렸지만, 해방 이후에도 반성 없이 살아갑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인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는 공식적인 사법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의해 정의가 실현되는 장면으로서, 많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정의란 무엇이며, 그 정의는 누가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가?
영화는 분명히 역사적 픽션이지만, 실제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한국 현대사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그 결과 ‘암살’의 결말은 단순히 한 인물의 죽음이 아니라, 그 시대에 대한 ‘기억의 재구성’으로서 작동합니다. 우리는 역사 속 인물의 선택을 통해 현재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게 됩니다.
또한 영화는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활용합니다. 안옥윤은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행동의 정당성을 얻고, 염석진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다 결국 파멸합니다. 기억은 단순히 회상이 아니라, 행동의 근거이자 역사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암살’은 오늘날 관객에게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곧 정의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환기시킵니다.
영화 ‘암살’의 결말은 극적인 이야기 전개와 함께, 정의와 기억, 그리고 인간의 선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첩보 영화로 보기에는 너무도 묵직한 의미들이 결말에 응축되어 있으며, 관객에게 “만약 내가 그 시대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픽션을 넘어,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현실과 도덕적 책임을 일깨워줍니다. 지금 다시 ‘암살’을 감상해보며, 과거의 그림자와 현재 우리의 위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