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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 일제강점기 말살 정책, 나랏말싸미와 민족정신의 표현, 실존 인물 정보

by 탱구리모모 2025. 8. 2.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하에서 한글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어학회와 그 주역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한국어 사용이 금지되었고, 조선어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던 시기였습니다. 영화는 글조차 몰랐던 주인공이 조선어학회의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민족 언어를 지키는 싸움에 뛰어드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글에서는 말모이의 시대적 배경인 일제강점기의 언어 정책, 같은 주제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와의 비교, 그리고 말모이 속 인물들의 실존 모델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나랏말싸미 사진
영화 나랏말싸미

 

일제강점기와 조선어 말살 정책

말모이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어 말살 정책입니다. 1910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식민 통치는 단순한 정치적 지배를 넘어 문화와 언어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방식으로 전개됐습니다. 특히 1930년대 후반부터는 조선어 교육이 공교육에서 사실상 폐지되고, 일본어 사용이 의무화되는 '내선일체' 정책이 강화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조선어학회는 이러한 억압 속에서도 조선말 사전인 ‘말모이’를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활동한 단체입니다. ‘말모이’란 각지의 우리말을 수집하여 정리한 비공식 국어사전 초안을 의미합니다. 조선어학회는 1921년 조직되어 조선어 표기법과 맞춤법 통일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였고, 이후 조선어사전 편찬이라는 대업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일제는 이러한 활동을 '치안 방해 행위'로 간주하고 조선어학회 사건(1942)을 일으켜 주요 인물들을 체포, 고문, 투옥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사전 편찬 작업은 중단되었고, 수많은 지식인들이 생명을 잃거나 혹독한 고문을 겪었습니다. 말모이는 단지 언어 사전이 아닌,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상징하는 상징물이었습니다.

나랏말싸미와의 비교 – 언어와 민족정신의 표현 차이

말모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로는 나랏말싸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이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나랏말싸미는 문자조차 없던 백성들을 위해 새로운 글자를 만들려는 지도자의 철학과 이상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반면 말모이는 이미 존재하던 한글을 지키기 위한 민중과 지식인의 고군분투를 그려냅니다. 즉, 나랏말싸미가 '창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말모이는 '보존'에 중심을 둡니다. 시대 배경도 약 500년의 차이가 있으며, 창제 주체와 지키는 주체가 각각 왕과 민중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대비를 이룹니다. 이 두 영화는 한글이라는 같은 대상을 놓고, 다른 시대와 관점에서 접근하며 민족의 정체성, 문화, 언어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영화 말모이 속 인물과 실존 인물 정보

영화 말모이는 픽션과 실화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등장인물 중 주인공 '김판수'(유해진 분)는 글을 모르는 무식한 아버지였지만, 조선어학회의 활동에 참여하며 성장해 나가는 인물입니다. 이 캐릭터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기보다는, 그 시대 수많은 평범한 조선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입니다. 반면 '정세훈'(윤계상 분)이라는 인물은 조선어학회 대표 이윤재 선생을 비롯한 여러 실제 인물을 복합적으로 반영합니다. 이윤재는 당시 조선어 사전 편찬을 주도했던 언어학자이며, 일제에 의해 고문으로 사망한 인물입니다. 그 외에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학자들 중 이극로, 최현배, 김두봉 등의 인물도 영화 속 간접적으로 묘사되거나 암시됩니다. 정태익, 김법린, 김윤경 등도 말모이 프로젝트에 핵심적으로 참여한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각 지역의 사투리와 방언을 수집해 ‘조선말 큰사전’을 편찬하고자 했습니다. 이 작업은 단순히 단어를 모으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말의 체계와 문법을 정리하고 통일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말모이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닙니다. 언어는 곧 민족의 정신이며, 말을 지킨다는 것은 문화를, 정체성을, 역사를 지키는 일임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입니다. 일제의 언어 말살 정책 속에서 조선어학회가 보여준 저항과 헌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영화 나랏말싸미가 한글의 탄생을 보여줬다면, 말모이는 그 한글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두 작품 모두를 통해 언어가 단지 소통의 수단이 아닌, 민족의 뿌리라는 사실을 다시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